트럼프, AI 출시 90일 전 사전 검토 행정명령 막판 서명 보류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5월 21일 AI 행정명령 서명을 막판 보류했다. 프런티어 모델 출시 90일 전 정부 사전 검토를 요구하던 안으로, 오픈AI·앤트로픽·구글의 빅테크 로비와 미중 AI 경쟁 격화 우려가 결정타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5월 21일로 예정됐던 인공지능(AI) 행정명령 서명을 막판에 보류했다. 해당 명령은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이 새로운 프런티어 AI 모델을 공식 출시하기 최대 90일 전에 미국 정부의 사전 검토를 받도록 하는 자발적 보안 프레임워크 구축을 골자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된 서명 직전 보도 초안의 특정 조항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보좌진에게 미국 기업의 신규 모델 출시에 정부가 개입해 지연을 초래하면, 미국의 대중국 AI 기술 우위 즉 미중 AI 경쟁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보류 결정은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경영진의 빅테크 로비가 집중된 이후 나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전 검토 의무화 조치가 AI 개발 속도를 늦추고 미국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보류된 AI 행정명령의 구조 — 90일 사전 검토 프레임워크
이렇듯 업계가 우려한 행정명령은 백악관 국가사이버국장실(ONCD)이 기획을 주도한 안이었다. 핵심은 신규 모델 출시 전 최대 90일 동안 국가 안보 및 사이버 위협을 평가하기 위한 정부 측 접근 권한을 명시하는 부분이었다. 기술 유출 우려를 고려해 가중치를 직접 제출받는 방식 대신 통제된 환경에서의 '평가용 접근(access for evaluation)'을 부여하는 절충안이 담겼다.
이 제도는 강제적 법적 구속력 대신 민관 협력 성격의 자발적 동참 형태로 설계됐다. 실제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등 주요 AI 기업들은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두고 백악관 실무진과 수주 동안 비공개 협의를 이어온 상황이었다.
이번 자발적 프레임워크는 지난 3월 20일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국가 AI 입법안과는 성격이 달랐다. 입법안이 주(州) 정부 차원의 개별 AI 규제를 조율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면, 5월 21일의 행정명령 초안은 행정부 차원의 보안 검토 체계 구축에 집중했다.
막판 무산된 행정명령 — 빅테크 로비와 미중 AI 경쟁 변수
하지만 이러한 백악관의 안보 의지는 서명을 단 48시간 앞두고 거센 빅테크 로비에 직면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오픈AI 샘 올트먼, 앤트로픽 다리오 아모데이, 구글 순다르 피차이 등 주요 기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을 상대로 직접적인 로비에 나섰다.
이들이 내세운 핵심 논리는 미중 AI 경쟁이었다. 90일 동안 검토 절차에 묶여 있으면 미국 기업이 기술 패권 전쟁에서 불리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앞세웠다. 규제가 혁신 속도를 늦춘다는 경고는 규제 완화를 지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념과 일치했다.
업계가 직접 비교 대상으로 지목한 곳은 중국의 딥시크와 문샷, 바이트댄스였다. 미국 기업의 신규 모델 출시가 제도에 막혀 3달간 묶여 있는 사이, 중국 경쟁사들은 동일한 기간에 서너 개의 차세대 모델을 시장에 먼저 출시해 미중 AI 경쟁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다는 구체적 우려였다.
백악관 내 안보파와 산업파의 갈등, 그리고 트럼프의 최종 선택
이러한 빅테크 로비의 경고는 백악관 내부 참모진 간의 갈등선에 다시 불을 붙였다. ONCD AI 보안 조직을 비롯한 안보 부서는 앤트로픽이 펜타곤과의 안전 표준 협상에서 보인 강경 노선과 같은 수준의 프런티어 모델 검토 권한을 요구한 반면, 경제 및 산업 정책 부서는 성급한 규제가 첨단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다며 맞섰다.
Axios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내부의 의견 대립은 서명 전날인 5월 20일 밤늦게까지 지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양측의 주장을 신중히 저울질했으나, 결국 안보 평가보다는 개발 속도가 우선이라는 산업계의 주장을 수용했다.
이번 결단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표방해 온 정보기술(IT)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백악관이 내린 주요 정책 결정들은 모두 미국의 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단일한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완전 폐기 아닌 '보류' — ONCD AI 보안 수정안 시나리오
규제 최소화 기조 속에서도 백악관은 이번 서명 보류를 정책의 '완전 폐기'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ONCD AI 보안 라인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전 검토 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형태의 보안 협약과 기준 마련을 지속하고 있다.
차기 절충안은 규제 수위를 대폭 낮춘 유연한 형태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전 검토 대상 범위를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특정 모델군으로 좁히거나, 의무 검토 기간을 90일에서 30일로 줄여 속도 지연 우려를 덜어내는 대안 등이 거론된다.
대통령 행정명령이라는 직접적 방식 대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지침 제정 트랙으로 방향을 트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방식은 법적 강제력은 느슨해지더라도 업계의 거부감을 희석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타협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규제 전선에 미치는 파장 — 한국과 EU의 비대칭 해소 과제
미국의 이러한 규제 보류 조치는 단순한 내수용 결정을 넘어 글로벌 규제 전선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 그간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 입법자들이 자국법 제정 과정에서 이정표로 삼아온 '미국식 AI 안보 거버넌스'의 기준점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EU의 인공지능법(AI Act)이 발효된 가운데, 한국 또한 독자적인 'AI 기본법' 시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단계다. 두 입법 체계 모두 미국 정부가 이에 상응하는 체계적인 사전 검토 메커니즘을 동반 가동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신뢰에 기대 설계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사전 검토 카드를 보류하고 완화 노선을 걷게 됨에 따라, 각국 규제 당국은 홀로 무거운 의무를 져야 하는 비대칭적 규제 부담을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미국 행정부의 속도 중심적 선택은 미중 AI 경쟁 구도 속에서 글로벌 인공지능 규제 공조 체계의 방향성을 다시 시험하고 있다.
- AP - Trump postpones AI executive order signing
- Washington Post - Last-minute lobbying by tech industry officials led Trump to cancel AI order
- Axios - Why Trump postponed his AI executive order
- CyberScoop - Trump postpones executive order focused on AI security
- Reuters (via Investing.com) - Trump to sign order on AI oversight as security fears mount among supporters